점성에 따른 용암의 분류: 파호이호이(Pahoehoe) 용암 vs 아아(A-a) 용암의 지질학적 특성

용암이 분출되고있는 화산이미지

지구 내부의 거대한 열역학적 에너지가 지표면으로 분출되는 화산 분화 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시각적 변화를 보여주는 물질은 단연 용암(Lava)이다. 지질학적으로 동일한 화학 조성을 가진 현무암질 마그마라 할지라도, 분출 시점의 환경적 변수와 물리화학적 조건에 따라 지표를 흐르는 용암의 형태와 거동은 완전히 상이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유체역학적 차이를 규정하는 핵심 인자가 바로 점성(Viscosity)이다.

화산학에서는 현무암질 용암류의 거칠고 극단적인 두 가지 표면 형태를 기준으로 이를 파호이호이(Pahoehoe) 용암아아(A-a) 용암으로 엄격히 분류한다. 이 두 지질학적 명칭은 하와이 원주민의 언어에서 유래한 것이나, 현재는 전 세계 학계가 공용하는 공식 지질학적 용어로 정착하였다. 이 글에서는 두 용암의 물리화학적 근원인 점성을 규정하는 열역학적 매커니즘을 분석하고, 현장 지질학적 관점에서 이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상호 전이되는지 유체역학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규명한다.

마그마에서 용암으로: 점성을 결정짓는 3대 열역학적 변수

용암이 지표면을 따라 이동할 때 발생하는 내부 마찰력, 즉 점성은 화산 분화의 위험도와 용암류의 진행 속도를 제어하는 가장 결정적인 물리량이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상대적으로 이산화규소 함량이 낮아 유동성이 풍부한 편에 속하지만,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점성 거동은 다음의 세 가지 결정적 변수의 상호작용에 의해 실시간으로 요동친다.

규산염($SiO_2$) 사면체 망상 구조의 중합도(Polymerization)

액체 상태의 마그마 내부에서 이산화규소($SiO_2$) 분자들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복잡한 3차원 망상 구조를 형성한다. 규산염 사면체의 꼭짓점 산소 원자가 서로 공유결합을 형성하는 현상을 중합 작용(Polymerization)이라고 한다. 마그마 내 $SiO_2$ 함량이 높을수록 이 중합도는 급격히 증가하며, 이는 유동의 흐름을 방해하는 미시적 그물망으로 작용하여 점성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시킨다.

파호이호이 용암과 아아 용암을 생성하는 현무암질 마그마는 $SiO_2$ 함량이 대략 45~52% 수준으로 낮아 기본적인 중합도 자체는 매우 낮다. 그러나 분출 이후 온도 저하에 따라 마그마 내부에서 사장석, 휘석 등의 미세 결정(Microlites)이 정출되기 시작하면, 액상 부분의 상대적 규산염 농도가 증가하고 결정 입자 간의 유체역학적 충돌이 빈번해지면서 실질적인 유효 점성(Effective Viscosity)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온도 경사와 휘발성 물질(Volatiles)의 탈가스 작용

용암의 온도 저하는 점성 상승과 직결되는 제1요인이다. 온도가 낮아질수록 원자들의 열운동 에너지가 감소하여 규산염 공유 결합의 파괴보다 결합 형성이 우세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용암 내부에 용해되어 있던 물($H_2O$), 이산화탄소($CO_2$), 이산화황($SO_2$) 등의 휘발성 물질의 탈가스 작용(Degassing)은 점성 변화의 또 다른 임계점 역할을 한다.

탈가스 작용의 유체역학적 영향: 용암에 용해된 수분($H_2O$)은 규산염 망상 구조를 절단하여 점성을 크게 낮추는 네트워크 개질제(Network Modifier)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용암이 지표로 분출되어 기압이 낮아짐에 따라 가스가 급격히 빠져나가면(탈가스), 화학 조성이 변하지 않더라도 수분의 소실만으로 유체 내부의 물리적 결합 강도가 강화되어 점성이 수십 배 이상 치솟게 된다.

파호이호이(Pahoehoe) 용암: 매끄러운 흐름의 유체역학적 메커니즘

파호이호이 용암은 표면이 극도로 매끄럽고, 둥글둥글한 기형적인 형태나 새끼줄을 촘촘히 꼬아놓은 듯한 특유의 새끼줄 구조(Ropy Structure)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용암은 일반적으로 섭씨 1,100도에서 1,200도 사이의 매우 높은 온도에서 분출되며, 매우 낮은 유효 점성과 완만한 경사면이라는 조건 하에서 최적으로 발달한다.

낮은 전단 응력과 소성 변형: 새끼줄 구조의 형성 원리

파호이호이 용암이 흐를 때, 대기와 접촉하는 최상부 표면은 급격한 열 복사로 인해 얇고 연성(Ductile)이 있는 탄성 유리질 도포막을 형성한다. 이 도포막 바로 아래에서는 여전히 섭씨 1,100도가 넘는 고온의 초저점성 용암이 빠른 속도로 전단 유동을 일으킨다.

하부 액상 용암의 흐름 속도와 표면 응고막의 전단 속도 차이로 인해, 표면의 얇은 막은 유동 방향으로 밀려나며 압축 응력을 받게 된다. 이때 응고막이 완전히 부서지지 않고 고온의 가소성(Plasticity)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카펫을 한쪽에서 밀었을 때 생기는 둥근 주름처럼 조밀한 굴곡이 발생한다. 이것이 지질학적으로 관찰되는 새끼줄 구조의 물리적 형성 메커니즘이다. 이 과정은 유체의 전단 변형률(Strain Rate)이 임계점 이하로 유지될 때만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용암 튜브(Lava Tube) 및 팽창 구조(Inflation Structure)의 지질학적 가치

파호이호이 용암의 뛰어난 유동성은 지하에 거대한 규모의 용암 튜브(Lava Tube) 시스템을 구축하는 원동력이 된다. 용암류의 표면이 완전히 차가운 현무암 지각으로 고온 격리되면, 내부의 열 방출이 거의 완벽하게 차단된다. 이로 인해 내부 용암은 온도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수십 킬로미터 이상을 막힘없이 흘러갈 수 있는 천연 열 배관망을 확보하게 된다.

만약 하부 공급 통로가 일시적으로 막히거나 내부 압력이 급증할 경우, 지각 표면을 밀어 올려 볼록한 돔 형태로 만드는 팽창 구조(Inflation Structure)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생긴 균열 사이로 내부의 신선한 저점성 용암이 삐져나오는 발가락 모양의 '용암 토(Lava Toe)' 지형이 발달하게 되며, 이는 파호이호이 용암이 정적인 전진을 계속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핵심 야외 지질학적 증거가 된다.

아아(A-a) 용암: 거칠고 파괴적인 전단 유동의 물리학

반면, 아아 용암은 날카롭고 거친 암석 파편들이 무질서하게 뒤엉킨 혼돈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와이 원주민들이 맨발로 이 용암 지대를 걸을 때 너무 아파서 "아, 아(Ah, ah)" 하고 비명을 지른 것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표면 지형의 험난함은 파호이호이 용암과 궤를 달리한다. 아아 용암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섭씨 1,000~1,100도)와 높은 점성 조건에서 발생한다.

전단 박리(Shear Brittle)와 클린커(Clinker)의 생성 메커니즘

아아 용암의 유동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취성적 파괴(Brittle Failure)이다. 아아 용암은 온도 저하와 탈가스로 인해 항복 응력(Yield Stress)과 점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이 상태에서 용암이 경사면을 따라 이동하거나 내부 유량의 압박을 받으면, 표면의 냉각된 껍질은 부드러운 소성 변형을 일으키지 못하고 전단력을 이기지 못해 쩍쩍 갈라지며 파쇄된다.

이렇게 깨진 날카롭고 다공질인 무수한 용암 덩어리들을 클린커(Clinker)라고 부른다. 아아 용암류가 전진함에 따라, 이 클린커 더미들은 유동 표면 전체를 뒤덮게 된다. 마치 무한궤도 전차(탱크)의 바퀴처럼, 용암류의 최상부에서 굴러 떨어진 클린커들은 용암 전면부로 떨어져 바닥에 깔리고, 그 위를 고점성의 중앙 액상류가 다시 덮으면서 전진하는 독특한 순환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자가 파쇄 작용(Autoclastics)으로 나타나는 단면 특징

이러한 독특한 전진 방식 때문에 아아 용암류의 수직 단면은 매우 정형화된 샌드위치 구조를 나타낸다. 고체화된 용암 지각의 단면을 분석해 보면, 최상단에는 거칠고 불규칙한 상부 클린커층이 발달하고, 중앙부에는 비교적 치밀하고 단단한 괴상 현무암(Massive Basalt Core)이 존재하며, 최하단에는 먼저 굴러 떨어져 깔린 하부 클린커층이 퇴적되어 있다.

이처럼 흐르는 유체 스스로의 전단력에 의해 외각이 부서져 쌓이는 현상을 지질학에서는 자가 파쇄 작용(Autoclastics)이라 부르며, 이는 화석화된 야외 노두에서 아아 용암 지형을 판별하는 매우 결정적인 지질학적 지표로 활용된다.

핵심 비교: 파호이호이와 아아 용암의 유체·지질학적 대조 분석

지질학적 연구 및 현장 조사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두 용암 지형의 물리화학적 성질과 운동학적 거동 특성을 계량화하여 아래 표로 정밀 대조하였다.

지질학적 특성 파호이호이(Pahoehoe) 용암 아아(A-a) 용암
분출 온도 범위 약 1,100℃ ~ 1,200℃ (고온) 약 1,000℃ ~ 1,100℃ (상대적 저온)
동점성 계수 (Viscosity) $10^1$ ~ $10^2$ Pa·s (매우 낮음, 유동성 우세) $10^3$ ~ $10^5$ Pa·s (높음, 점성 저항 우세)
표면 미시 구조 매끄러운 유리질 타일론, 새끼줄 무늬 날카로운 유리질 클린커, 다공질 파편 더미
전단 변형 거동 연성 및 가소성 변형 (Ductile Flow) 취성 파괴 및 표면 균열 (Brittle Shear)
대표 지질학적 유산 용암 동굴, 팽창 돔, 용암 튜브 곶자왈 지형, 자가 파쇄 각력암 노두

파호이호이에서 아아 용암으로의 거동 전이(Transition) 임계 조건

동일한 화구에서 분출되어 초기에는 매끄러운 파호이호이 형태로 흐르던 용암이, 흐름 하류로 내려가면서 갑자기 아아 용암으로 급격히 변모하는 현상이 자주 관찰된다. 반대의 경우(아아에서 파호이호이로의 전이)는 열역학 법칙상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일방향성 전이 메커니즘은 화산학자들의 주요 연구 대상이었다.

이 전이 과정을 결정짓는 물리량은 단순 점성뿐만 아니라, 용암이 흐르면서 겪는 **변형률(Strain Rate)**에 기인한다. 용암이 가파른 사면을 만나 유동 속도가 급증하거나 지형적 장애물에 부딪혀 강한 전단 응력($\tau$)을 받게 되면, 점성 완화 시간보다 외력의 변형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때 유체는 탄소성 거동 한계를 넘어서며 순식간에 취성 파괴 상태로 돌입하고, 표면 지각이 조각나면서 아아 용암으로의 영구적인 체질 변화를 겪게 된다.

한반도 화산 지형의 현장 연구: 제주도 지질 속에 숨겨진 흔적

이와 같은 역동적인 용암의 유체역학적 상호작용은 먼 외국의 활화산 지대뿐만 아니라, 한반도 남단의 거대한 자연 박물관인 **제주도** 전역에서도 매우 선명하게 보존되어 있다. 제주도는 약 180만 년 전부터 역사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현무암질 용암 분출이 중첩되어 형성된 순상화산 지형이기 때문이다.

빌레 용암(파호이호이)과 곶자왈 지대의 아아 용암 형성사

제주 방언으로 너르고 평평한 암반 지대를 뜻하는 '빌레'는 전형적인 파호이호이 용암류의 고체화 표면이다. 만장굴, 소천굴을 비롯한 세계적인 거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들은 가스가 가득 차 있고 온도가 높아 유동성이 극대화되었던 고기(Ancient) 파호이호이 용암의 거대한 흐름 통로가 지각 아래에 남긴 고고학적 흔적이다.

반면, 제주도의 허파이자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하는 '곶자왈' 지대는 아아 용암이 빚어낸 대표적인 야외 지질 유산이다. 고점성 아아 용암이 흐르면서 자가 파쇄 작용을 통해 형성한 거칠고 불규칙한 요철 모양의 클린커 지형은 틈새가 무수히 많아, 빗물을 지하로 빠르게 투과시키는 천연 필터 역할을 한다. 또한, 이 거친 암괴 틈새로 연중 일정한 온도의 지하 공기가 흘러나오는 '숨골' 구조를 형성하여 북방 한계 식물과 남방 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곶자왈 생태 숲을 자라나게 한 기초적 지반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파호이호이와 아아 용암의 점성 차이는 단순히 지질 노두의 표면 거칠기만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수십만 년의 세월을 거치며 인간의 삶의 터전인 평평한 농경지(빌레)와 거대한 천연 빗물 저장고이자 생태계의 보고(곶자왈)라는 극단적인 지질 생태학적 이정표를 한반도 지형 위에 깊이 새겨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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