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야사

천상열차분야지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별자리 지도가 된 사연

1395년 어느 밤, 한양 궁궐 한쪽에서는 열두 명의 학자들이 검은 돌판 위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정과 망치가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하늘의 별자리 하나하나가 돌 표면에 새겨지고 있었다. 이들이 완성하려던 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라진 왕조의 하늘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오늘날 국보로 남아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출처. 위키미디어 그런데 이 천문도를 소개할 때 늘 따라붙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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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실학자 홍대용은 왜 지구가 돈다고 말했나 – 서양 지동설과의 비교

홍대용의 초상 출처. 위키미디어 담헌 홍대용, 무엇을 주장했나 1766년 초, 청나라 북경의 천주당(天主堂) 안. 조선에서 온 한 선비가 서양 신부들과 마주 앉아 천문 기구를 살펴보고 있다. 그의 이름은 홍대용, 호는 담헌(湛軒)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서양 선교사들에게 지구와 우주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고 전해진다. 이 만남이 이후 그가 쓴 『의산문답(醫山問答)』이라는 파격적인 저작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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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에서 종3품까지, 장영실이 만든 시간과 하늘 — 자격루·앙부일구의 비밀

궁궐 마당에 놓인 물시계 앞에서, 관노 출신의 한 사내가 밤새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신분은 종의 아들이었으나, 손끝에서 나오는 정밀함은 궁중 어느 기술자도 따라올 수 없었다. 훗날 그는 조선 과학기술사에서 가장 극적인 인물로 기록된다. 핵심 요약: 장영실은 동래현 관노 출신으로 세종의 발탁을 받아 자격루와 앙부일구 등 조선 시각·천문 기구 제작을 주도했으며, 1442년 안여 파손 사건 이후 관직에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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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왜 아무도 믿지 않았을까 — 특허 전쟁의 전말

1903년 12월 17일, 아무도 지켜보지 않은 역사의 순간 1903년 라이트형제 최초의 동력비행 출처. 위키미디어 노스캐롤라이나 키티호크의 모래 언덕 위, 매서운 바람이 부는 그날 아침 현장에는 취재진도, 정부 관계자도 없었다. 지켜본 사람은 인근 구조대원 몇 명과 소년 한 명뿐이었다. 인류가 처음으로 동력을 이용해 하늘을 나는 순간이었지만, 세상은 그 사실을 몇 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알지 못했다.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 형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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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 1202 알람의 진실 — 달 착륙을 멈출 뻔한 12초의 기술 해부

1969년 7월 20일 오후, 달 착륙선 이글호가 표면까지 780미터를 남겨둔 순간 조종석 경보등이 켜졌다. 화면에는 낯선 숫자 "1202"가 떠올랐고,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의 목소리가 관제센터로 날아들었다. 착륙을 계속할지, 임무를 중단할지 결정할 시간은 채 30초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 순간을 결정지은 것은 우주비행사의 조종 실력이 아니라, 지상 관제실 한켠에 앉아 있던 20대 엔지니어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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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제너의 우두 접종, 8세 소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 백신의 탄생

제너의 8세 소년 핍스 최초접종(1796)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1796년 5월 14일, 영국 글로스터셔의 시골 의사 한 명이 여덟 살 소년의 팔에 칼로 작게 흠집을 냈다. 상처에 넣은 것은 우두(牛痘)를 앓던 착유부의 손등에서 채취한 고름이었다. 이 짧은 시술 하나가 이후 인류의 감염병 대응 방식 전체를 바꿔놓게 되리라는 것을,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다.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의 이름은 흔히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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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을 2년 단축시킨 암호 해독, 그러나 국가는 그를 버렸다 — 앨런 튜링 이야기

블레츨리 파크 저택(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1941년, 영국 남부 블레츨리 파크의 낡은 저택 안. 한 수학자가 밤새 뜬눈으로 기계 앞에 앉아 있다. 그가 풀어야 할 문제는 단 하나, 나치 독일군이 매일 자정마다 바꾸는 암호 설정을 하루 안에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성공하면 대서양을 건너는 수송선 수백 척이 목숨을 건지고, 실패하면 다음 날 침몰선의 숫자가 늘어난다. 이 저택에서 벌어진 조용한 전쟁의 중심에 앨런 튜링(Alan Tur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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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 노벨상 두 번 받고도 아카데미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

마리 퀴리 1920년경 1911년 1월, 파리 학술원 회의실에 모인 회원들이 투표용지를 접어 상자에 넣었다. 이미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지 8년이 지난 한 과학자의 이름이 후보에 올라 있었다. 개표 결과는 근소한 차이의 낙선이었다. 노벨상 수상자가, 그것도 방사능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세상에 알린 당사자가 프랑스 최고 권위의 학술 기관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그의 이름은 우리가 알고있는 '퀴리부인' 마리 퀴리였다. 이 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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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기원 다윈은 왜 20년을 침묵했나 — 월리스의 편지가 부른 결단의 순간

1858년 6월의 어느 아침, 찰스 다윈은 서재에서 낯선 소인이 찍힌 편지 한 통을 열었다. 발신지는 말레이 제도의 작은 섬 테르나테였고, 보낸 사람은 그가 몇 차례 서신을 주고받았던 젊은 박물학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였다. 편지 안에는 논문 한 편이 동봉되어 있었다. 그 논문을 읽어 내려가던 다윈의 손이 멈췄다. 거기에는 그가 무려 20년 가까이 서랍 속에 감춰두었던 바로 그 이론, 즉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변화 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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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vs 에디슨, 전류 전쟁의 진실 — 발명 대결이 아닌 특허 전쟁이었다

1903년 1월, 뉴욕 코니아일랜드의 한 놀이공원에서는 살인 코끼리로 알려진 '탑시'가 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전사했다. 이 처형에 사용된 전류는 다름 아닌 교류였고, 촬영을 지원한 인물의 배후에는 에디슨 진영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발명왕으로 불리는 인물이 왜 경쟁 기술의 위험성을 증명하려 이토록 극단적인 장면을 연출했을까. 이 사건은 단순한 과학 논쟁이 아니라, 이미 깔린 인프라와 특허를 지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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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20세기 최고의 과학 논쟁 EPR 역설

닐스 보어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935년, 프린스턴에서 발표된 짧은 논문 한 편이 물리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저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그의 동료 두 명이었고, 논문의 결론은 단순했다. "양자역학은 불완전하다." 이 문장 하나를 두고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는 이후 수십 년간 편지와 논문, 학회장을 오가며 물러서지 않는 대립을 이어갔다. 흔히 이 논쟁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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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입자, 그 이름을 처음 붙인 사람은 한국인이었다 – 이휘소 박사 이야기

1974년 이휘소 박사 사진 1972년 봄, 미국의 한 고에너지물리학회 발표장. 단상에 오른 한국 출신 물리학자가 논문 제목을 읽어 내려간다. 그 안에는 그때까지 세상 어디에도 없던 단어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힉스(Higgs)' 다. 오늘날 전 세계 물리학 교과서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이 이름을, 정작 처음 논문에 써서 학계에 각인시킨 사람은 영국의 피터 힉스 본인이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난 물리학자 이휘소 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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